[여의도풍향계] "책임 회피" "정치 선동"…빛바랜 추모 정국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정치권은 사태 수습에 한목소리를 냈었는데,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책임론과 진상규명 방식을 고리로 또다시 갈등을 노출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국가와 정치, 그리고 어른의 역할을 곱씹어 보게 되는데요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축제가 악몽으로 변했던 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.<br /><br />주인을 찾지 못한 옷가지와 신발들처럼, 대한민국의 시간도 그날 밤에 멈춰 있습니다.<br /><br />검찰 수사를 도화선으로 극한의 대립을 향해 가던 정치권 역시, 못다 핀 청춘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.<br /><br />여야는 참사 직후, 정쟁을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.<br /><br /> "정부·여당의 한 책임자로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.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."<br /><br /> "민주당은 다른 어떤 것을 제쳐두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습니다."<br /><br />그렇게 숙연한 추모의 시간이 이어지는 듯했지만, 약속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불씨가 된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브리핑 발언.<br /><br /> "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요…"<br /><br />막을 수 없는 참사였다는 취지로 읽히는 이 장관의 발언을 놓고 '책임 회피'라는 지적이 일었고,<br /><br />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.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."<br /><br />하지만 '112 신고 녹취록' 공개를 기점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, 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은 재차 '선 수습' 원칙을 강조했지만<br /><br /> "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합니다. 정부의 사태 수습을 지켜봐주시기를…"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론에 불을 지폈습니다.<br /><br /> "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무능한 조치와 책임 회피성 거짓말은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."<br /><br />전선은 한덕수 총리로까지 번졌습니다.<br /><br /> "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?"<br /><br />한 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건넨 농담조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날 선 비판을 제기했습니다.<br /><br /> "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습니다.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 해야 할 총리께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했습니다. 농담할 자리입니까."<br /><br />여기에 '참사'가 아닌 '사고'라는 표현과 글씨 없는 검은 리본 패용 등 정부 조치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.<br /><br />정부 기조에 맞춰 메시지를 자제하던 국민의힘도 쏟아지는 공세에, 결국 민주당을 비판하며 맞불을 놓은 상황입니다.<br /><br />야당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, 또다시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.<br /><br />예산 정국이 본격화했지만 국정감사에 이어 예산안 심사도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각 상임위원회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해야 하지만 일부 상임위에선 이에 앞서, 이번 참사에 대한 현안 질의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지난 2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참사 관련 현안 질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을 재연했습니다.<br /><br />예산안 보고를 위해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다시 짐을 챙겨 돌아갔고, 이후 여야의 네탓 공방만 되풀이됐습니다.<br /><br /> "초당적 협력이 국민의 질문을 가로막는 것이 돼선 안 됩니다. 정부의 대비와 대응은 무책임과 무능력이었음이…"<br /><br /> "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단히 안타깝습니다."<br /><br />운영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정부 책임을 따져 묻는 야당과 국정조사에 선을 그은 여당 간의 격돌이 예고된 상태입니다.<br /><br />슬픔을 있는 그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이, 정치권의 시계는 빠르게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누군가는 책임을 전가하고, 누군가는 정쟁에 골몰하는 사이,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'그들'을 대신해 미안함과 죄책감을 전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간절한 기도에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'책임지는 어른'이 있다면, 최소한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을지, 되짚어 볼 일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이태원_참사 #국민의힘 #더불어민주당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